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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의 Blog
미국발 금융위기 단상
글 모음 | 2008/11/20 17:47
 

미국 발 금융 위기의 실상

        (일 부분)

                          

                       2008. 11

                                       이정전(서울대학교 명예교수)


1. 충분히 예측된 금융위기

   미국발 금융위기의 한파가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발 금융위기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첫 번째 반응은 어처구니없다는 것이다. 마치 맑은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는 듯한 반응들이다.  일간신문에서 어느 작가는 경제학의 무력함을 지적하고 대공황을 깊이 연구한 버냉키 미연방준비위원장의 수완에 큰 기대를 거는 논평을 냈다.1) 이 작가도 강조하였듯이, 경제이론에 한계가 있고 부족한 면이 무척 많다는 점을 부인할 경제학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실 문제를 놓고 얘기할 할 때에는 마치 경제이론이 완전한 것인 양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시장의 원리를 들먹이며 효율과 경제성장을 자신 있게 마구 밀어붙인다. 효율과 경제성장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파장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지금의 미국 발 경제위기가 1929년 세계 대공황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여러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자세히 보면 작금의 상황은 대공황 때와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1929년 대공황 때는 실물부문의 부실이 금융부문의 파탄으로 확산되었던 측면이 강했던 반면, 현재의 위기는 금융부문의 붕괴가 실물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929년 대공황을 깊이 공부했다는 버냉키의 처방이 오늘날에도 통할 것인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건 그렇고, 현재의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상 징후가 도처에서 감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이론으로 얼마든지 논리적으로 설명가능하고 예측가능 한 것이었다. 다만, 구닥다리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어려울 뿐이다. 오늘날과 같이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학계라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 새로운, 발전된 이론들이 부단히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여러 학자들이 새로운 틀에 의거해서 이번 금융위기를 수없이 경고했다. 뉴욕대의 루비니교수도 정확하게 예측하고 경고했지만 동료들의 코웃음만 샀다. 그는 자신이 구닥다리 경제학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린스펀 전 FRB의장도 수차례 경고를 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도 그는 새로운 이론에 의거했다기보다는 오랜 실무경험에서 나온 동물적 감각으로 이상 징후의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를 가장 체계적이면서 실증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고를 발한 학자는 예일대의 쉴러교수일 것이다. 그는 미국 내 손꼽히는 금융이론 전문가로서, 많은 글을 발표하였다. 그 중의 하나는 실제 재태크 투기자들의 행태를 심층 분석한 논문이다. 그는 대부분의 재태크 투기자들의 실제 행태가 경제학 교과서가 얘기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의 역할과 거품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어떻든 이렇게 여러 학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 특히 구닥다리 경제이론에 얽매인 시장주의자들은 코웃음 치고 외면했다.  그러니 더욱 더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미국의 금융 붕괴에 대하여 일본의 금융계는 한편으로는 미국을 비웃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소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금융 붕괴가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부동산 거품붕괴 참사의 재판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부동산 투기열풍 그리고 이에 이은 거품붕괴 참사 이후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그래서 일본인은 그 때의 쓰라린 경험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한다. 일본이 앓아 들어 누어있을 때 미국은 일본의 금융계를 비웃었다.  그리고 시장의 원리에 충실한 미국식 금융체제를 도입하라고 집요하게 압력을 넣었다. 아이러닉하게도 미국이 그렇게 자랑하던 그 금융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쯤 일본의 금융업계는 미국의 시장주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용케 견디어 온 것을 대견해하며 해방된 기분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하여 우선 우리가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와 같이 많은 진지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묵살되었던 미국 금융계나 경제계의 분위기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 금융계나 경제계에는 시장의 원리를 굳게 신봉하는 시장주의 혹은 신자유주의가 풍미하고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대체로 거품의 존재를 부정하며, 투기는 대단히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금융시장에서의 투기가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부동산가격이 기본적으로 시장근본가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 쉽게 말해서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의 생산성이나 유용성을 반영한 값이라는 것이다. 설령 투기가 지가나 주택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앞으로 어차피 오를 것을 시간적으로 앞당길 뿐이라고 본다.

   이런 이론적 틀을 가지고 있는 시장주의자나 신자유주의자들에게 그린스펀이나 쉴러가 경고한 투기과열이나 거품의 현상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면 그들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심리학의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나 지식을 미리 적절히 차단함으로써 심리적 평형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생략)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원이 원인부동산 가격 거품의 붕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그 결과에 불과한 금융시장의 붕괴에만 쏠려 있다.  그러다 보니 근원적 처방에 미쳐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부동산시장의 구조를 개편 한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에 낀 거품이 빠지도록 건축산업 부문의 획기적 구조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건축경기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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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0 | 댓글4
김성욱 2008/11/20 01:30 R X
오랜만에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정수리에 찬물을 부어주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아쉬운 것은 선생님께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동네는 시골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경제위기로 인한 영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이 가까워오지만 백화점도 한산하고, 1+1 행사도 많아지고 사람들은 쿠폰을 들고 할인매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시장지향성이 잘못된 것을 보고 있고 그 여파로 고생하면서도 왜 현 정부는 아직도 그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지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특히 거꾸로 가고 있는 부동산 문제도 그렇고요.
선생님의 글 전체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원문이 첨부되어 있지 않아 여기에 올라있는 글 밖에는 읽을 수가 없네요. 곰곰 생각하며 읽어볼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쓰인 참고문헌을 혹시 알 수 있을까요? 특히 예일대 쉴러 교수의 논문은 저도 궁금한데 정확한 제목을 몰라 찾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관리자.. 2008/11/20 18:01 R X
이정전 선생님이 거품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셨던 부동산 투기 논쟁글을 홈페이지에 등록했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하신 "예일의 괴짜"라는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교수는 미국 금융시장의 거품붕괴를 예견했던 인물로 하고,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이상과열', '새로운 금융질서' 등의 책이 출간된 바 있더군요. 검색해 보니 Is There a Bubble in the Housing Market?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2003, 인용횟수도 꽤 많은 이런 논문도 있었습니다..
김선희 2008/11/30 13:58 R X
선생님, 지난 11월 24일 국토연 특강 넘 잘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선생님 강의 들으니 저기 김성욱 친구말처럼 '정수리에 찬물 부어주는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25년전쯤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연구원에서 요즘 선생님의 강의가 점심시간 주 매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행복'한가? 어떻게 하면 행복한 시스템 B, Plan B를 맹글 것인가?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박년배 2008/12/30 22:55 R X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박사 과정에 들어오면 원하는 책도 실컷 보고 그럴줄 알았는데, 수업 따라가랴 일하는 와이프 대신 아이 챙기랴 공부도 그다지 못한 거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글처럼, 일본과 한국의 부동산 거품을 우리나라는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여전히 건설 경기에 매달리는 것 보면 답답합니다.
요즘은 방학을 맞아 우석훈 박사의 "괴물의 탄생",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를 읽는 중입니다. 아시다시피 세 저자 모두 신자유주의 경제 등에 대하여 명쾌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새해 인사차 블로그 들러서, 좋은 배움을 얻어 갑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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