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행복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다보니,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행복을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의외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이 책은 그런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되었고, ‘행복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심정으로 쓰게 되었다. 행복에 관해 쓴 글이나 책은 무척 많다. 그러나 언제 무엇을 했더니 행복했다든가 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등 다분히 감상적인 얘기이거나 덕담에 가까운 것들이다. 이 과학의 시대에 행복도 근거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좀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지난 반세기 수많은 과학자들이 행복을 연구해왔고, 그에 대한 통계자료들도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50여 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조사된 자료들도 많다. 나는 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밝혀진 이런 사실자료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행복 얘기를 한 번쯤 풀어보기로 했다. 행복은 개인의 기분에 대한 것이고 주관적이어서 사람에 따라 제각각인데, 통계자료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여러 나라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된 통계자료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행복은 과학으로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하는데,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에 대하여 두뇌연구가나 신경심리학자 등 첨단의 과학자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행복 연구는 사회과학자들이 아닌 자연과학자들이 주도하였다. 그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바탕으로 행복도 얼마든지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과학자들이 첫 번째로 고려하는 문제는, 사람들이 언제 그리고 왜 행복이나 불행을 느끼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 요인을 밝혀내고 이를 둘러싼 인과관계를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행복도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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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과학, 특히 자연과학을 맹신하는 풍조가 매우 우려스럽긴 하지만, 어떻든 자연과학자들의 말이라면 무턱대고 믿으면서 행복에 대한 그들의 연구를 외면한다면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근 사회과학자들 중에도 이들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자연과학자들이 개인의 행복만을 주로 다루는 것과 달리 사회적인 맥락에서 행복을 다룬다. 그 가운데 사회 체제, 특히 자본주의 체제와 개인의 행복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연구들이 눈길을 끈다. 그래서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통계 사실에 대한 과학적 해설과 더불어 행복과 불행의 원인에 대한 자연과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의 각종 이론들을 정리했다. 해설도 이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행복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우선 어떤 사람들이 불행하고 행복한가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왜 그런가를 이해하는 것이 긴요하다. 여기에 과학자들의 이론이 도움이 된다. 개인의 행불행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행복을 연구하는 전문 학자들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노력 여하에 따라 행복의 길은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 길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러고 나서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이 책의 세 번째 부분에서는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제시하는 행복에 길을 자세히 다루었다. 행복을 사회체제와 연결시키는 학자들이 힘주어 강조하는 부분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행복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회적 장애가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이 많은 학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이것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가 좀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조가 절실하며 정부의 정책 또한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상황과 조건은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기는커녕 어렵게 한다. 교육제도가 그렇고 소비문화와 기업의 풍토가 그렇다. 이런 마당에 세상을 초월하는 도인이 되지 않는 이상 내 의지로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필자가 이 책을 통해서 간곡히 얘기하고 싶은 것도, 행복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보고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방안을 얘기하기에 앞서 무엇이 왜 문제인지를 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필자뿐만 아니라 행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늘 지적하는 바다. 우리 사회를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호언장담하던 2007년 대선 정국의 정치가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행복의 측면에서 거꾸로 가지 않을까 걱정도 앞섰다. 이제 우리 사회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고 여기에 맞추어 국가 정책도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엇이 왜 문제인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좀더 행복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각종 방안들을 제시해보았다.
이 책의 원고가 마무리될 무렵 평소 존경하던 김형국 교수님이 정년퇴임하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보이시며 집필에 도움이 되는 글과 책들을 넌지시 챙겨주시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연구자로서 좋은 책을 선물로 받을 때 정말 반갑고 고맙다. 이 책뿐만 아니라 평소 보여주셨던 각별한 후의에 대해 새삼 감사드린다. 그리고 필자가 아는 한 우리나라 경제학자들 가운데 행복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는 소수에 불과한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의 이준구 교수가 그 중 대표적인 한 분이다. 행복에 대해 쓴 이 교수의 글과 서울대학교 『경제철학회』에 발표한 논문이 집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평소 필자의 테니스 실력을 높이 평가해주는 분이기도 한데, 역시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화목한 가정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가정 문제를 길게 다루었고 그러다보니 가정학자인 아내와 학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거의 30년 가까이 교직 생활을 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한 번도 아내의 뒷바라지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 적이 없는데, 이번만큼은 아내의 각별한 관심과 고마움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길사에서 『녹색경제학』과 『두 경제학 이야기』를 펴낸 바 있는 필자는『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통해 행복의 문제를 간략하게 다루었다. 이번에 행복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볼 수 있게 되어 김언호 사장을 비롯한 편집부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7년 12월 서울 한남동 우거에서 이정전
행복경제학:
우리는 행복한가
1부. 우리의 이정표, 선진국의 모습 1. 믿기 어려운 놀라운 사실들 달은 보지 않고 왜 손가락만 보는가 풍요 속의 불행 행복하지 못한 우등생 행복에 대한 연구는 통계놀음?
2. 행복의 역설 국민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행복이 소득과 상관없어지는 결별점 행복지수, 얼마나 믿을만한가
3. 선진국 사회의 뒤안길 선진국 사회의 7가지 비관적 변화 전통적인 가정의 붕괴: 섹스 자유화의 후폭풍 동거는 결혼보다 더 행복한가 이혼이 남기는 심각한 후유증 건전한 가정은 사회기반시설이다 불행한 어른들, 상처받는 아이들
2부. 왜 경제성장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가? 4. 돈이 행복을 주지 못하는 이유 남과의 비교가 더 중요해진 세상 장미꽃 한 송이와 장미꽃 열두 송이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 가진 것과 가지고 싶은 것 디딜방아 효과 지속적인 행복과 일시적인 행복
5. 세속철학과 대중소비사회의 찰떡궁합 세속철학과 금욕철학 그리고 행복방정식 얄팍한 상술이 만들어낸 욕망 합리적 바보 대량생산과 대중소비사회 대량생산이 만들어내는 무료함 날로 바빠지는 세상 시간 때우기 여가행태 계몽되지 못한 욕구와 소비의 중독성
6.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과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 좋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자본 타산적 인간관계와 온정적 인간관계 시장의 확산과 비인간화 공적 가족주의와 후기 유물주의 일과 노동 날로 떨어지는 직장만족도 실직이라는 불행선고
7. 자유와 행복 행복하지 않은 선택의 자유 너무나 많은 선택에 짓눌린 사람들 선택을 포기한 사람들 자유가 늘어나면 더 행복한가 원하는 것과 실제 선택의 차이
3부. 행복에 이르는 길 8.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 돈과 재물욕심이 많은 사람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기질 행복을 창출하는 능력이 약한 목표 만족-추구자가 최선-추구자보다 더 행복한 이유
9. 행복한 사람들 벤담의 행복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 행복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긍정심리학: 행복은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 용서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화목한 가정은 행복의 원천 두 가지 결혼관 온정적 인간관계를 풍부하게 가지는 사람들 일과 노동, 창조적 자극
4부. 행복한 사회 만들기 10.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교육 행복은 권리이자 의무다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 생산기술보다 생활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전천후 교양인이 필요한 시대 모두가 명문대학에 갈 수는 없다: 사교육의 문제 출세와 신분 과시용으로 변질된 교육
11. 행복한 사회를 위한 소비 사치의 나라 과시적 소비와 사회적 낭비 과시적 소비를 조장하는 요인들 낭비적 소비는 행복감도 짧다 낭비적 소비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소득보다 지출에 세금을 부과하자
12.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사회 무한경쟁의 시대, 실업의 스트레스 고용안정을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사회 투기꾼의 수만 늘리는 부동산공급 정책 경쟁을 넘어서 함께 만들어갈 행복
✓지난 반세기 지속적 경제성장 덕분에 미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유럽 선진국의 국민들 대부분이 물질적으로 인류역사상 가장 잘 사는 사람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더 행복해지지 못했다.
✓가난한 나라 중에서도 일본보다 더 행복한 나라들이 수두룩하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크게 뒤지지만, 행복의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행복의 면에서 우리나라는 대체로 중하위권에 속한다.
✓행복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이스털린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인의 행복은 소득순이지만 국민의 행복은 소득순이 아니다. 즉, 국민의 소득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다고 해서 국민의 행복지수도 따라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일관성 있게 나타남에 따라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왔다.
✓소득수준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소득수준이 높아져도 행복의 수준은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 이 수준을 결별점이라고 하는데 대략 2만불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1인당 국민소득이 대략 2만 불대를 넘어서면 경제성장의 약발(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효과)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 동안 행복에 관한 연구는 주로 자연과학자들이 주도해왔다. 지난 반세기 신경과학이나 두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눈부신 성과가 있었으며 따라서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에 관한 과학적 연구도 크게 발전하였다. 이런 연구결과들이 행복지수의 개발 및 행복에 관한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다. 행복에 대한 연구를 주도해온 자연과학자들은 경제학자와는 달리 인간의 행복도 얼마든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된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서구 선진국 사회에서 이혼, 미혼모, 동거 등의 가정해체 징후가 경제성장의 속도보다도 훨씬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그 동안의 수많은 연구들은 높은 범죄율, 자살률, 우울증의 주된 원인으로 가정해체를 지목하고 있다. 이제 가정해체는 서구 선진국 사회의 근본을 좀 먹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 모두가 이들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개인주의와 섹스자유화의 심각한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이 살아보고 나서 결혼하는 것이 결혼생활의 성공률을 높인다는 탐색이론은 통계적으로 보아도 옳지 않다. 동거과정을 거쳐 결혼한 부부가 이혼할 확률이 그냥 멍청하게 결혼한 부부에 비해서 현저하게 높다. 동거생활을 많이 경험한 사람일수록 결혼생활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이혼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동거생활이 결혼생활보다 더 행복한 것도 아니다. 평균적으로 보아 동거부부는 결혼부부에 비해서 덜 행복하며 우울증에 시달릴 확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은 다리를 하나 잘리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사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정신적, 경제적 상처를 매우 오래 동안 당사자에게 남긴다. 이혼자가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할 확률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이혼은 가정의 빈곤을 초래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혼은 특히 자녀의 인생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높은 이혼율은 정상적으로 결혼하는 부부의 행복도를 낮추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혼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다.
✓선진국 사회에서 가정해체는 범죄증가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범죄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범죄의 급속한 증가가 두드러진데, 청소년범죄와 가정해체 사이에는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서 이미 밝혀졌다. 특히 미혼모 및 편부모 자녀와 범죄율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가 밝혀지면서 양친이 있는 정상적 가정은 사회기반시설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고 남보다 앞서려는 성향은 우리의 두뇌에 각인된 자연적인 성향이라고 진화론자는 말한다. 과거에는 그런 성향이 억제되고 자제되었지만, 경쟁이 정당화되고 금전만능주의가 만연함에 따라 그런 성향이 일상생활에서 더욱 더 광범위하게 그리고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남과 나의 비교는 우리의 행복을 앗아가는 요인이다. 남을 강하게 의식하는 사람은 경제성장의 결과 모든 사람들의 소득이 같이 늘어나봐야 별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오직 자신의 소득이 다른 사람의 소득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나야만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통상 구입하는 상품에 사람들은 매우 빨리 적응하는 경향이 있다. 소득의 증대에도 빨리 적응한다. 적응의 결과 소득증대나 상품구입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의외로 빨리 사라진다. 따라서 사람들은 소득증대나 상품구입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노력이나 금전적 희생을 치르면서 결과적으로 의도했던 만큼의 행복을 얻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가진 것’이 늘어나면 ‘가지고 싶은 것’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소득이 늘어나면, 바람직한 생활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득수준, 즉‘필요소득’도 거의 정비례해서 늘어난다. ‘필요소득’이 커진다는 것은 욕심이 커진다는 뜻이요, 현재의 소득에 만족하지 못함을 뜻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질 때마다 행복감이 올라가겠지만 현실에 대한 불만도 커지기 때문에 행복감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마치 디딜방아의 발판을 아무리 밟아봐야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과 같다.
✔행복은 소비에 비례하며 욕망에 반비례한다. 인간의 욕망은 대단히 가변적이며 쉽게 조작된다. 이윤확보를 위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간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부풀린다. 그러나 지속적 경제성장으로 아무리 소비가 늘어나더라도 사람들의 욕망이 이에 비례해서 커지면 소비증가로 인한 행복이 욕망증대로 인한 불행으로 상쇄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지속적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리함이나 편안함을 좋아한다. 따라서 편리함과 편안함에 대한 욕구는 큰 시장수요를 창출하면서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고 소위 ‘대중소비사회’를 일구어 낸다. 우리를 편안하고 안락하게 해주는 상품의 홍수가 오늘날 선진국 사회의 물질적 풍요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이런 상품들은 쉽게 물리는 것들이며 우리에게 무료함과 권태를 안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외로 무료함이나 권태를 잘 참지 못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편안함과 편리함을 위한 상품의 공급에는 대단히 효과적인 반면, 무료함과 권태의 완화에는 별로 효과적이지는 못하다. 이런 까닭에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선진국의 국민이 지속적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높은 생산력 덕분에 여가와 자유시간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느긋하고 여유 있게 살기는커녕 오히려 옛날 보다 더 바쁘게 지낸다.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간의 가치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개인의 근로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증거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설령 여가가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 여가를 자신의 행복증진에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가의 증가가 행복의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마약과 술만이 중독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편리함과 편안함도 중독성을 가진다. 현대인은 편리함과 편안함에 중독되어 있다. 그것이 깊고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금단증상 때문에 현대인은 그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이 풍부하게 공급하는 편리함과 편안함에 중독된 결과, 많은 사람들이 꾸준한 자기개발과 창조적 활동을 게을리 하고 있다.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한 가지 근원적인 대책은 국민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서 높은 수준의 욕구와 격조 있는 취향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온정적 인간관계와 화목한 가정은 행복의 주된 원천이며, 또한 돈으로 사기 어려운 행복의 원천이다. 그러나 행복의 이 두 원천이 자본주의 시장의 힘에 의해서 부단히 침식당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선진국의 행복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자본주의 시장은 각 개인으로 하여금 평소에 끊임없이 개인주의와 유물주의 성향을 갈고 닦고 연마하게 촉구함으로써 이 성향을 강화하며, 나아가서 각 개인으로 하여금 거리낌 없이 그 성향을 행사하게 조장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유물주의 성향은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적 결과다. 개인주의와 유물주의 성향은 개인으로 하여금 온정적 인간관계와 화목한 가정의 유지를 소홀히 하게 함으로써 결국 개인을 불행하게 만든다.
✔직장인들은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따라서 직장인들의 직장만족도가 국민의 행복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직장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은 날로 가열되는 직장 내 경쟁분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인간관계의 소원이다. 또 다른 원인은, 직장인들이 점점 더 노동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이런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경제학자들은 실업이 소득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실직자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소득감소보다는 존재의의의 상실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불명예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훨씬 더 큰 타격을 실직자에게 입힌다. 실직은 당사자에게 “당신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사회적 선고로 받아들여진다. ✔선택의 여지가 약간만 늘어나도 사람들은 의외로 큰 부담을 느끼면서 선택의 자유 그 자체를 아예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늘어난다고 해더라도 그 실익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더 좋은 대안이 선택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가끔 경험하듯이 선택의 여지를 적절히 줄여주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자기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이익이 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래서 선택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면 선택의 결과에 대한 실망과 후회가 커져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선택의 자유가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돈과 재물을 많이 밝히는 사람(유물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덜 행복하다. 많은 학자들이 그 이유를 밝혀본 결과 여러 가지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다. 우선, 인생목표의 설정에 문제가 있다. 더 많은 돈과 재물을 획득하려는 목표 그 자체는 행복을 창출하는 능력이 약한 목표다. 그러므로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을 저해하는 습성을 고치는 동시에 돈과 재물에 너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돈과 재물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남을 자꾸 비교하는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은 사람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활동영역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돈과 재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온정적인 인간관계를 가지기 어렵다. 온정적 인간관계는 행복의 주된 원천이기 때문에 이기적인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다.
✔항상 최선을 선택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최선-추구자)은 대체로 욕심이 많으며, 만족할줄 모르고, 후회를 잘 한다. 그러나 이런 성향은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그러므로 항상 최선을 선택하려고 애쓰지 말라. 아주 중요한 것을 빼고는 나머지에 대해서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
✓마치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서는 부단히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듯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부단히 연습하고 노력해야한다는 것이 긍정심리학의 주요 메시지다. 사람의 성격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 성격을 바꿈으로써 더 행복해질 있음을 깨닫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긍정심리학은 말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는 태도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이익이다. 반대로 용서하지 않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 용서하는 마음가짐은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화를 내지 말라. 누가 당신에게 잘 못했더라도 화를 내고 증오하는 것은 당신을 불행에 빠지게 할 뿐이다. 결국 손해 보는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다. 화를 내기 시작하면 이것이 습관이 된다.
✔용서를 잘 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다. 왜냐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경쟁과 이익다툼이 점차 심해지는 세상에서 감사와 용서는 아픈 마음에 대한 가장 좋은 치료제이기도 하다.
✔화목한 가정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화목한 가정은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담배가 건강에 극히 나쁘다고 말하지만, 통계상으로 보면 담배를 끊고 독신으로 사는 것이나 담배를 한 갑 이상 피면서 결혼하고 사는 것이나 건강상 큰 차이가 없다. 통계적으로 보면,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
✔흔히 결혼, 동거, 이혼은 전적으로 당사자 개인의 문제라고 말한다. 결혼하든 말든, 동거하든 말든, 이혼하든 말든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이 알아서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 결혼을 바탕으로 한 화목한 가정의 유지는 개인을 행복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가정해체는 개인에게 큰 불행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결혼이나 이혼의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
✔양친부모의 가정은 편부모 가정에 비해서 두 배의 소득과 두 배의 관심 그리고 두 배의 지혜로 자녀를 기를 수 있다. 여성운동가의 말: “물고기에게 자전거가 필요 없듯이 여성에게도 남성이 필요 없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의 말: “혼자서도 행복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둘이서 찾는 것이 좀 더 쉽다.”
✔화목한 가정의 기본요건은 가정에 대한 의무감이다. 결혼서약을 신성시하고 가정에 대하여 강한 책임감을 가지는 부부는 쌍방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파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부보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을 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결혼생활도 잘 관리해야 한다. 자동차 관리에 신경을 쓰는 만큼 가정의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좋은 혹은 온정적 인간관계는 행복의 주된 원천이다. 소득수준이 어느 수준(결별점)을 넘어선 다음부터는 돈과 재물보다는 온정적 인간관계가 우리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행복에는‘상품’보다는 ‘경험’, ‘소유’보다는 ‘활동’이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진정 행복해지고 싶으면, 돈을 더 많이 벌고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창조적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여가를 더 보람 있고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라.
✔행복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왜냐 하면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의 최우선 목표는 유능하고 생산적인 사람을 길러내기 보다는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혹은‘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하며, 전문지식보다는 일반교양을 풍부하게 갖추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의 주된 목적은 자녀들의 입시경쟁력을 남보다 높임으로써 소수의 명문 학교에 입학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사교육은 자녀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생존경쟁이 점차 치열해짐에 따라 고등교육이 생산현장에서의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으로 변질되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나 지위상승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렇게 지위재로 변질되는 고등교육 역시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지 못한 채 사회적 낭비만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이나 고등교육은 그 성격상 오직 소수만이 받아야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경쟁적으로 받고 있으니 엄청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지 않을 수없다. 그러므로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대폭 강화하며, 교육내용도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과시적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시적 소비란 다른 사람들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남보다 돋보이거나 남보다 앞서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를 말한다. 사치품이나 명품, 고가품에 대한 소비가 그 예이다. 지위재의 경우와 같이 과시적 소비 역시 우리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증진시키지도 못하면서 사회적 낭비만 초래한다. 소득수준의 향상, 가중되는 경쟁분위기,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의 왜곡 등의 요인으로 앞으로도 과시적 소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과시적 소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적 낭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과시적 소비를 줄이면 국민의 행복지수는 2중으로 높아질 수 있다.
✔우리에게 지속적 행복을 주지 못하면서 사회적 낭비만 조장하는 또 한 부류의 소비는 적응성 소비, 즉 적응이 빨리 이루어지고 쉽게 물리는 상품에 대한 소비다. 적응이 빨리 이루어지고 쉽게 물리는 상품의 경우에는 구매 당시의 느낌과 구매 후의 느낌이 크게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구매 당시의 느낌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며, 그래서 결과적으로 많은 돈을 낭비하게 된다. 각 가정마다 쓰지 않고 구석에 처박아 둔 옷이며, 구두, 가방, 각종 살림살이가 낭비의 규모를 말해준다.
✔낭비성 소비(과시적 소비+적응성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비과시적 소비와 쉽게 물리지 않는 것에 대한 소비를 늘리면 동일한 소득으로 더 많은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소비양태를 바꾼다면, 지속적 경제성장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준다. 낭비성 소비를 줄여서 절약한 막대한 돈을 ➀범죄의 퇴치, ➁환경개선, ➂공교육 등에 효과적으로 투자한다면, 모든 국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낭비성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동노력이 절실하다. 낭비성 소비를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은 누진소비세(총소득에서 저축액을 뺀 나머지에 대하여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소비세)의 부과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속적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경쟁을 강화해야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문한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우리가 더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없다면 경쟁을 강화해야할 명분이 약해진다. 경쟁의 강화는 실업을 양산할 수도 있다. 실업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다.
✔현대인,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직장인은 스트레스를 끼고 산다.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은 직장인으로 하여금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신체의 호르몬분비 체계를 뒤바꾸어 놓음으로써 서서히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경쟁에서 이겨본들 결국 행복의 면에서는 손해를 본다. 이긴 것 같지만 결국 진 게임이요, 앞으로는 남기면서 뒤로는 밑지는 장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개인에게 이런 밑지는 장사를 강요한다. 물론, 인간사회에서 경쟁을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억지로 이기심과 경쟁을 정당화하고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행복의 잣대로 재보아서 이익이 되는 경쟁만 허용하자는 것을 주장할 뿐이다.
✔경쟁을 강화하면 성장률이 높아지고 전반적으로 소득수준도 높아진다고 업계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지만, 모든 경쟁이 다 그렇게 생산적인 것도 아니다. 국민경제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낳는, 소모적 경쟁도 많이 있다. 사교육이나 지위재를 둘러싼 경쟁, 과시적 소비, 부동산투기, 이 모두가 소모적 경쟁의 예들이다. 이것들만 계산해보아도 소모적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가 어마어마한 규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경쟁 강화 정책이 이런 소모적 경쟁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소모적 경쟁이 늘어나면 사회적 낭비도 불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복지수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