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견해의 차이를 낳는 주된 요인으로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 논리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많은 경우 가치관의 차이는 좁히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나 논리의 차이는 대화나 논쟁을 통해서 많이 해소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의 주장을 찬찬히 읽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깊이 생각해 봄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의 글에 관하여 제기된 ‘불필요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 우선 분명히 밝혀둘 것은, 시장근본가치가 부동산이용수익(혹은 임대료) y를 금리 r로 나눈 값으로 항상 단순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부동산이용수익이 y1, y2, ㆍㆍㆍ yt 로 해마다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자.1) 이 기대수익의 흐름을 자본화한 값이 곧 해당 부동산의 ‘가치’가 된다고 부동산교과서에도 쓰여 있다. 어떤 교과서는 그것을 해당 부동산의 ‘가격’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다만, y가 매년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y/r이 곧 수익의 흐름을 자본화한 값이 될 뿐이다. 앞의 글에서 정의한 시장근본가치는 바로 (y1, y2,ㆍ,ㆍ,ㆍ,yt)를 자본화한 값을 의미한다. 다만,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부동산이용수익(혹은 임대료)을 이자율로 나눈 값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거품에 대한 연구에서는 y가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y/r값을 추정한 다음 이를 시장근본가치로 삼아 거품의 크기를 추정하는 관행을 간혹 보게 된다.
이 정도로 얘기하면, 앞의 글은 y의 불변을 가정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도 명백해 진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급성장하는 사회에서는 y는 매우 빨리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y가 해마다 변한다고 하더라도 앞의 글에서 제시한 거품논리의 기조에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을 구분하자. (i)오직 부동산이용수익 y의 획득만을 목적을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들 중에는 y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들도 포함됨); (ii)부동산이용수익 y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값이 오를 때 되팔아서 거래차익만 노리는 사람들. 흔히 (ii)부류의 사람들을 가수요자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중국 상하이시에서는 새집이나 새로 고친 집을 매입한 다음 고의로 장기간에 걸쳐 전혀 임대하지도 않고 자신이 이용하지도 않은 채 문을 잠가 놓았다가 값이 충분히 오르면 되팔아 거래차익만 챙기기를 전문으로 하는 투기꾼들이 판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사람들이 가수요자의 전형이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i)부류와 (ii)부류가 혼합되어 있어서 사실상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에도 가수요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정부가 이들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앞의 글에서 부동산가격 결정 일반식(혹은 재정거래식) (y+aP)= rP 역시 교과서에서 자주 나타나는 지극히 단순한 상황에서나 통하는 등식이다. 조금 더 상황을 복잡하게 해서 y가 내년에 b% 상승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위의 등식은 [(1+b)y+aP=rP]로 바뀌고, 이를 정리하면, P=[(1+b)y/(r-a)]가 된다. 만일 a=0이면, P= (1+b)y/r. 따라서 이 경우 (1+b)y/r 가 시장근본가치가 되고 이것을 초과한 부분, 즉 [(1+b)y/(r-a)]-(1+b)y/r 이 거품이 될 것이다.
아주 비현실적이지만, 시장에서 모든 부동산거래자들이 앞으로 n년을 내다보고 이 기간 동안에 부동산이용수익 y가 매년 b%씩 상승하며, 부동산가격이 매년 a%씩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한다고 해보자. 계산이 매우 복잡해지겠지만, α를 n년 동안의 거래차익 계수(a의 함수), β를 n년 동안의 부동산이용수익 증가계수(b의 함수), κ를 기회비용계수라고 표기하면, 아마도 (β*y+α*P)가 기회비용과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부동산가격이 결정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P=(β*y/(κ-α)). 이 경우에도 a=0라면, P=β*y/κ가 시장근본가치에 해당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 즉 β*y/(κ-α)-β*y/κ이 거품이 되지 않겠는가?
이 새로운 일반식에는 두 가지 상승률 a와 b가 등장하는데, 이 둘이 어떻게 다른 가의 질문이 있을 법하다. 이것 역시 이론적으로만 구분되고 현실에서는 잘 구분이 안 되겠지만, b는 위에서 말한 (i)부류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상승률이고 a는 (ii)부류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상승률이다. b는 y에 관계된 것인데, 물론 우리는 미래의 y의 구체적인 값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국지적으로 y의 변화는 다른 것에 비해서 비교적 예측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어느 지역에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혹은 학교가 들어서면 앞으로 y가 얼마나 오를지 웬만한 부동산거래자들은 잘 안다. 부동산관련 교과서를 보면, 현재의 y를 추정하는 구체적인 방법, 미래의 y를 예측하는 방법,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방법이 좋은지 등에 대해서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이런 종류의 지식을 바탕으로 큰 소리 치는 부동산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수많은 개발사업의 타당성 검토 역시 y에 대한 추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y는 (i)부류의 사람들만 존재하고 (ii)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바로 이런 시장에서 매년 결정되는 (y1, y2,ㆍㆍㆍyt)를 자본화한 값이 곧 시장근본가치다. 토지경제학이나 부동산경제학은 상당히 오래 동안 주로 이 시장근본가치가 어떻게 결정되고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이론의 구축과 응용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다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시장근본가치만으로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설명하기에 매우 미흡하다는 인식이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80년대 일본의 버불 붕괴가 학계의 큰 관심을 끌자 거품에 대한 실증연구가 부쩍 늘어났다. 그러면서 부동산가격의 상승 그 자체에 대한 기대(즉, a)가 부동산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제 토지경제학이나 부동산경제학 교과서에는 종래의 수요-공급논리에 의거한 부동산가격 결정 이론뿐만 아니라 이를 확장한 재정거래식(부동산가격 결정 일반식)에 의거한 이론이 추가되기에 이르렀다. 달리 말하면, 부동산가격이론이 b만 고려하는 종전의 전통적 이론으로부터 a까지 고려하는, 보다 더 일반화된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거품까지 설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b와는 달리 a의 구체적인 값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제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a로 인한 가격 상승분은 시장근본요인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부분이다.
물론 b도 a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예컨대,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보았듯이 부동산이용수익의 지속적 상승으로 부동산가격이 크게 상승하였다. 그러나 일단 부동산가격의 상승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부동산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는 신념이 굳게 자리 잡게 된다. 이 때부터 b와는 별도로 시장에서 a가 형성된다. b와는 별도로 많은 사람들이 a>0을 기대하고 부동산 매입에 나서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수가 충분히 많아지면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부동산가격이 시장근본가치를 초과하게 된다.
시장주의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하여 시장근본가치 이상의 가격을 치를지 않을 것이므로 일시적으로는 거품이 존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시장주의자가 말하는 ‘장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분명치 않지만, 어떻든 시장주의자의 이 주장은 사람들이 시장근본가치를 잘 알고 있음을 전제한다. 부동산전문가들이라면 특정 사업으로 인한 y값을 잘 알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시장근본가치를 알기는 어렵다. 정태적 상황이 아닌, 동태적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에 뛰어드는 많은 사람들이 시장근본가치를 잘 모른다. 소문을 듣고, 혹은 남들이 하니까 주르르 따라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도 어디 한 두 사람인가. 앞의 글에서 인용한 쉴러의 연구는 이를 실증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즉, 대부분의 부동산거래자들이 지극히 단순한 정보에 입각해서 투자한다는 것이다. 다른 상품과 달리 부동산의 가격 특히 미래 가격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정확한 정보의 획득에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든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땅값을 알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해마다 수백억 원의 돈을 뿌린다. 돈을 엄청 많이 쓰지 않고는 부동산가격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 보통사람들에게 하물며 시장근본가치야 더 말할 나위 없다.
시장근본가치도 모르면서 투자한다고 반드시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쉴러의 연구에 의하면, 많은 부동산거래자들이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도 연장된다고 생각하고 투자한다. 작년의 부동산이용수익이 내년에도 계속되며, 과거의 추세로 보아 내년에도 부동산가격이 a% 올라간다고 예측하며, 금리가 내년에도 대략 r%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위의 재정거래식(부동산가격결정 일반식)에서 보듯이 (y+aP)와 rP를 비교하면서 투자를 결정할 것이다. 이런 결정을 놓고 비합리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대부분의 부동산거래자들은 이 정도의 비교는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균형은 (y+aP)= rP에서 이루어지고 부동산가격은 P=[y/(r-a)]가 될 것이다. 실증 조사에서 만일 a가 현저하게 크다는 것이 밝혀지면, [y/(r-a)]가 [y/r]보다 현저하게 클 것이므로 우리는 부동산가격이 시장근본가치를 크게 초과한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쉴러의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시장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경제학 이론이 주문하는 것과 사뭇 다르게 나름대로의 이론에 입각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경제학이 좀 더 우리의 현실을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활인의 이론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이론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y나 y의 증가가 아닌, 순전히 부동산거래차익만을 노리고 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이로 인해서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믿고 있다면 경제학자나 부동산전문가들은 이런 생활인의 믿음을 묵살하지 말고 이를 이론적으로 잘 설명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장주의자들 중에는 “대다수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며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일반 대중이 시장의 원리에 대하여 무식함을 자주 한탄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때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전제한다. 경제학 이론대로 사람들이 대체로 합리적이라고 하면,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까?
“수요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형태에 의한 가격이 시장근본요인에 의한 가격”을 시장근본가치라고 말한다면,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시장근본가치는 경제학의 ‘기본가정’에 입각한 수요-공급 논리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가격이며, 이것을 초과한 부분(수요-공급논리로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은 거품이다. 그렇다면, 그 기본가정에 어긋나는 현상은 수요-공급의 논리로 설명하기 곤란하게 된다. 부동산전문가들, 심지어 경제학자들조차도 가끔 수요-공급의 논리가 몇 가지 엄격한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한다.
수요곡선을 도출할 때 경제학의 기본가정 중의 하나는 상품가격 그 자체는 즐거움(효용)의 원천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장품의 예(만원 할 때는 잘 안 팔리던 화장품이 10만원 하니까 잘 팔리는 예)에서, ‘비싼 가격을 즐기는 소비자들’ 때문에 가격이 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다면, 이 가격상승부분(9만원에 해당하는 부분)은 경제학의 기본가정에 입각한 수요-공급의 논리로 잘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거품에 해당한다는 것이 앞의 글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굳이 화장품을 예로 든 것은, 만일 시장근본가치를 초과한 부분을 거품이라고 정의한다면, 이 정의가 부동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일반상품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시장근본가치를 초과하는 부분 혹은 ‘기본가정’에 입각한 수요공급의 논리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몽땅 거품이라고 보는 것에 난색을 표할 수도 있고 학자에 따라 어떤 것은 거품으로 보고 어떤 것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품의 개념을 반드시 부동산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일반인의 정서에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화장품의 예로 돌아가서, 만원 할 때는 잘 팔리지 않다가 10만원 하니까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만원을 초과한 9만원에 대하여 정당성을 잘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의 마음속에 그 9만원은 거품과 같이 허망한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거품으로 보아 별 무리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