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품이란 상품의 가격 중에서 시장근본요인(펀더맨털)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정의는 옳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정의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정의다. 이런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정의에 의하면, 앞의 글에서 예로 든 화장품의 가격 중에서 1만원을 초과한 부분은 정확하게 거품에 해당한다. 왜냐 하면, 이 부분은 시장근본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이 화장품의 예를 경제학자들에게 들고 가서 설명해달라고 요구해보면 알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시장근본요인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전문가는 경제학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 화장품의 가격에 대하여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무시하거나, 우물쭈물하거나, 알아듣기 어려운 궤변 같은 얘기를 할 것이다. 왜 그런가? 여기에서 시장근본요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가 매우 중요해진다.
경제학적으로 시장근본요인이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요소를 말한다. 예컨대, 공급곡선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공급비용이다. 따라서 상품의 공급비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시장근본요인이다. 수요곡선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사람들의 선호다. 사람들의 선호가 바뀌면 수요곡선의 모양이나 위치도 바뀐다. 그런데 선호와 관련하여 경제학은 한 가지 중요한 가정을 한다. 즉, 사람들의 선호는 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은 상품의 질이나 양으로부터 효용을 느끼지, 상품의 가격 그 자체로부터는 아무런 효용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질이나 양보다는 순전히 비싼 가격에 매력을 느껴서 상품을 산다고 하면, 이는 경제학의 기본가정에 어긋나는 행태이며, 따라서 시장근본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경우, 억지로 수요곡선을 그린다면 경제학 교과서에 통상 보듯이 우하향하지 않고 반대로 우상향하게 된다. 이런 수요곡선은 “수요의 법칙”에 어긋나며, 따라서 시장근본요인으로 설명하기 매우 곤란하다. 그래서 앞의 글에서 예로 든 화장품의 가격은 시장근본요인으로 설명하기 매우 곤란한 가격이다.1)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싼 맛”에 별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비싼 맛”에 필요 있는 상품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백화점에서 여성들의 옷에 5만 원짜리 가격표를 달면 잘 안 팔리다가도 50만 원짜리 가격표를 달면 고객이 벌 떼처럼 달려든다는 얘기를 누구나 한두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소위 명품이라는 것들 중에선 단지 그런 “비싼 맛”에 사람들이 탐내는 것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왜 화장품에 1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이면 잘 안 팔리다가 10만원의 가격표를 붙이면 불티나게 팔리며, 왜 옷에 5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이면 잘 안 팔리다가 50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이면 잘 팔릴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비싼 만큼 질도 좋으려니 생각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잘 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정보가 비대칭적일 경우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요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비싼 상품을 쓰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우러러보는 풍토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비싸다는 것 그 자체가 큰 효용을 창출한다. 5만 원짜리 옷을 입고나갔더니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는데, 500만 원짜리 옷을 입고 나갔더니 모두들 부러워하고 귀부인 대접을 해준다면 당사자는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이 사람에게는 그 500만원이라는 가격이 중요하지 그 옷의 유용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비싼 맛에 상품을 사는 현상이 부유층에 국한 된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이다. 중산층에도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이다. 심지어 대학가에서도 명품을 휘감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수십만 원내지 수백만원짜리 가방과 구두, 옷 따위의 구입을 목표로 삼고 1년 내내 아르바이트하는 가난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2) 이들이 상품의 실용성만을 생각하고 그것을 사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이렇게 비싼 맛에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고, 그런 사람들의 수요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수요인데 이것을 없는 것으로 무시할 것인가? 어떻든 이런 사람들의 수요로 인한 가격상승은 최소한 경제학이 말하는 시장근본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고, 따라서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거품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부동산가격의 거품을 얘기해보자. 우선, 모든 부동산거래자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가정은 경제학의 기본가정이요 특히 시장주의자가 굳게 믿는 가정이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손익계산을 철저히 한다는 뜻이다. 설명의 편의상, 가장 단순한 상황만 생각해보자. 부동산을 거래할 때 합리적인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익은 그 부동산의 실제 이용으로부터 매년 획득하는 순수익이다. 이 순수익을 y라고 하자. 부동산거래자들이 빼놓지 않는 또 다른 이익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이다. 실질 가격상승률(물가상승률을 뺀 상승률)을 연 a%, 부동산가격을 P라고 하면 자본이득은 a*P이다. 따라서 부동산 취득으로 인한 총이익은 (y+a*P)가 된다. 한편, 부동산을 취득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손실은 부동산구매자금을 은행에 넣어두었을 때의 이자소득이다. 실질금리가 연 r%라고 하자. 그러면 부동산취득시 감수해야 하는 손실은 r*P이다.
합리적인 부동산거래자들은 (y+a*P)와 r*P를 비교해보고 (y+a*P)>r*P 이면 구매하고 그렇지 않다면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부동산거래자들이 이런 식으로 득실을 따진다면, 부동산시장 전체적으로도 (y+a*P)>r*P 이냐 혹은 (y+a*P)<r*P 이냐를 중심으로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이 작동할 것이다. 금융권과 부동산시장 사이를 자금이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 부동산가격 P는 (y+a*P)=r*P 의 등식이 성립하는 상태에서 결정될 것이다. 이 등식을 정리하면, P=y/(r-a). 이 등식을 부동산가격결정 일반식이라고 하는데, 만일 a=0이라면, P=y/r. 즉, 부동산가격은 부동산이용수익을 실질금리로 나눈 값과 같아진다. 바로 이 가격을 시장근본가치라고 부르며, 이 때 y와 r 그리고 이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시장근본요인(펀더멘탈)이라고 한다. 통상 y는 임대료로 반영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가격의 상승이나 금리(r)인하로 인한 부동산가격 상승은 시장근본요인으로 인한 가격상승이요 거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0 일 때에는 y/(r-a) > y/r 이므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실제 부동산가격이 시장근본가치를 초과하게 된다. 바로 이 초과분을 경제학에서는 부동산가격의 거품이라고 말한다. 이 거품의 크기는 부동산가격상승률 a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a=0 이면 거품도 0이고, a가 크면 클수록 거품도 커진다. 이와 같이 거품은 순전히 부동산가격상승률에 의해서 결정되는 부분이다.
a의 값은 부동산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기대하는 부동산가격상승률인데 그 구체적인 값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설이 분분한 것 같다. 예일대 경제학과의 쉴러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a의 값은 최근의 부동산가격추세를 바탕으로 매우 단순하게 결정된다. 달리 말하면, 적응적 기대가설에 가까운 메커니즘을 통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사람들의 심리, 특히 군중심리가 a의 크기를 좌우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쉴러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부동산거래자들은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물론, 많은 경우 부동산가격상승률은 시장근본요인의 변화로부터 유발된다. 그러나 시장근본요인이 곧 a의 값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단순한 모형에서 a 값은 시장을 지배하는 평균값이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부동산거래자들이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시장에 참여하느냐에 의해서 a의 구체적인 값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부동산거래자들이 어떤 기대를 형성하고 시장에 참여할 지는 시장근본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이렇게 수학적으로 풀이하면 거품의 개념은 명백하다. 최소한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그렇다. 거품의 개념이 학자마다 다른 것이 아니라 표현이 약간씩 다를 뿐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는 법이다. 거품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수학적으로는 분명하지만, 실제 거래사례 하나를 놓고 거품이 끼었는지 아닌지, 거품이 끼었다면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똑 부러지게 말하기는 무척 어렵다. 사람들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고 부동산을 구입한 결과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거품이 끼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서 어느 농촌지역에 10년 후 지하철이 지나가게 계획되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계획이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그냥 10년 후 어느 날 갑자기 지하철이 들어선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지역 부동산가격은 아마도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10년 후에 갑자기 크게 오를 것이다. 현재의 가격이나 10년 후의 가격이나 모두 시장근본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건설 계획이 계속 비밀로 남을 수는 없다. 누군가 약삭빠른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이 농촌지역에 와서 땅 투기를 할 것이다. 투기냐 투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떻든 투기가 있을 경우 이 지역의 땅값은 10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어차피 오를 땅값(시장근본가치)을 투기가 앞당겼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건설계획이 세상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고 했을 때 10년 후 이 농촌지역 부동산의 시장근본가치를 V라고 하자. 투기의 역할은 이 V를 시기적으로 앞당기는 정도 혹은 현재의 부동산가격을 서서히 V에 접근시키는 정도에 국한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부동산가격이 계속 오르기는 하지만 시장근본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거품이 끼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투기의 역할이 시장근본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원론에 의하면 시장가격 형성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는 수요자의 수이다. 예를 들어서 부동산거래자들 사이에 이 농촌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a%씩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퍼진다고 하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대를 가지고 부동산투기에 뛰어드느냐가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부동산가격의 크기를 좌우한다. 그런 기대를 안고 한두 명이 뛰어드느냐, 10명이 뛰어드느냐, 1,000명이 뛰어드느냐에 따라 최종 가격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100명의 투기꾼들이 뛰어들면 이 농촌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서서히 V에 접근하고 끝난다고 하자. 이 경우 투기는 있고 거품은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예컨대 앞으로 a% 씩 부동산가격이 오른다고 확신하는 투자자가 300명이라고 하자. 이 투자자가 모두 시장에 뛰어들면 부동산가격이 V를 현저하게 초과하여 거품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의 수를 무슨 수로 100명 이하로 제한할 것인가?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과연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에 참여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순전히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거래차익)을 기대하고 부동산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의 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이론을 제시한 전문가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3)
다시 한번 더 말하건대, 개별 거래사례를 놓고 거품의 존재 여부를 얘기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의 거품에 대한 연구들은 대체로 시장의 상황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서 우선 시장근본가치를 추정하고 나서 이를 시장의 실제 가격과 비교한 다음 거품의 존재나 크기를 알아보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시장근본가치의 추정인데, 사람들이 일단 매입한 부동산을 앞으로 전혀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장에서 형성되리라고 예상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삼거나 혹은 자본이득(거래차익)을 노린 수요가 가장 적다고 판단되는 가격(예컨대 부동산임대료를 자본화한 값)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시장근본가치의 추정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거품에 대한 연구들의 결론에도 큰 편차가 난다.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별로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무척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거품의 존재나 크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장이 중구난방 이다보니 부동산거품에 대한 논의 자체가 별 의미도 없고 소모적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나아가 거품제거를 노린 정부의 정책 역시 비생산적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부동산전문가도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비록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에 과연 거품이 얼마나 끼어 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순전히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기대하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대다수의 국민이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투자자(투기자)들이 그토록 많으니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잔뜩 끼지 않을 수 없고 또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 시민들의 논리다. 문제는, 그런 가운데 수많은 집 없는 서민들이 막대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막대한 금전적 외부효과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순전히 부동산가격상승 이익(자본이득)을 노린 수요를 정당한 수요로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중요한 논쟁거리다. 하지만, 이것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말자는 것이 일반국민의 정서이고 정부도 이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대체로 시장주의자는 시장수요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수요를 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글에서의 시장주의는 시장에 대한 굳은 신봉을 바탕으로 시장의 원리를 우리 사회 구성의 주도 원리로 삼고자 하는 사상을 지칭한다. 시장주의자는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시장주의나 시장주의자 모두 추상적인 개념이다. 대체로 보면, 부동산에 관한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주장은 크게 시장주의, 계획주의, 죠지스트주의, 마르크스주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이 네 가지 중에서 하나만을 신봉하는 부동산전문가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절충안을 택한다. 그러나 시장주의 성향이 강한 부동산전문가들 중에는 자신은 시장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상 늘 시장주의자처럼 생각하고 주장하고 행동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1)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문헌 참조: 이정전 외, 『토지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서울: 박영사, 2006 2) 이에 대해서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의 김난도교수가 많은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3) 물론,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시장참여자의 수가 조정된다. 그러나 케인즈가 말했듯이 장기에는 우리 모두가 죽을지도 모른다. 이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다음에 조정되면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