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동산투기(거품문제) 논쟁글 1 - 부동산시장, 가격 거품은 분명히 있다. 글 모음 | 2008/11/20 17:42
|
이 글을 필두로 앞으로 올라갈 세 개의 글은 2006년 자유기업원 논쟁 시리즈 부동산투기(거품문제) 편에 올라왔던 이정전 선생님의 글입니다. 첫 글은 한성대 이용만 교수의 첫 글 투기에 의한 거품인가 펀더멘탈에 의한 가격상승인가? 에 대한 반론으로 이후 두 차례 더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집니다.
[반대] 부동산시장, 가격 거품은 분명히 있다.
시장주의자(시장의 원리를 맹신하는 사람들)는 대체로 부동산가격의 거품을 부정한다. 거품은 쉽게 붕괴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은 한번도 제대로 붕괴된 적이 없었으므로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에는 거품이 없다는 논리를 시장주의자는 즐겨 편다. 거품이란 무엇인가? 학자에 따라 거품에 대한 정의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거품에 대한 여러 주장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뽑아 정리해보면, 거품이란 높은 가격의 이익을 노린 수요에 의하여 유발된 가격상승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단 거품을 이렇게 정의하면, 흔히 듣게 되는 일상생활의 얘기에서 그런 거품의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느 화장품 회사가 새 화장품을 개발하여 1만원의 가격을 붙여서 시장에 내놓았더니 오래 동안 참고 기다려도 예상한 만큼 잘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시중에 나간 화장품을 모두 회수하여 포장만 살짝 바꾸고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여 10만원에 내놓았더니 불티나게 팔렸다는 얘기다. 가격이 1만원일 때에는 잘 안 팔리다가 10만원이라니까 불티나게 팔린 이유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실용성보다는 비싼 가격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들 모두가 가격보다는 실용성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화장품의 질만 따지는 순간 그리고 그 화장품의 원래 가격이 만원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화장품가격은 다시 만원 수준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화장품가격이 거품과 같이 부풀었다가 어느 순간 푹 꺼지게 된다. 화장품가격 10만원 중에서 9만원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위에서 정의한 ‘거품’과 같은 부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질보다는 비싼 가격 그 자체에 매료되어서 계속 기분만 내려 든다면, 거품이 낀 10만원의 높은 가격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비싼 가격에 매료되는 사람들이 늘 많이 있다. 그래서 거품이 잘 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화장품의 가격에 거품이 없다고 말할 것인가?
부동산은 그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소위 자본이득 혹은 시세차익)이 발생하는데, 부동산의 경우 이 이익이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산층 사람들조차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면서 돈만 생기면 부동산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이런 우리의 현실이 부동산가격 거품의 가능성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부동산가격의 상승이 상당한 기간 지속되면,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자연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의 수요를 경제학에서는 ‘재산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한 수요’라고 말하고 언론매체에서는 ‘가수요’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수요에 이 가수요가 가세하면 시장에서 자연히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따라서 가격에 거품이 낄 가능성이 높다. 이론상으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이 장기간 높은 경제성장률이 시현되고 부동산가격이 장기에 걸쳐 상승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에 거품이 끼지 않는다면, 그건 아주 이상한 일이다. 순전히 부동산가격 상승만으로 돈 벌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는데 사람들이 그런 기회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건 비합리적인 행위다. 시장주의자는 개인의 합리성을 입버릇처럼 뇌이고 다닌다. 앞으로 경제성장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정확하게 말해서 부동산가격상승률이 계속 0보다도 크다고 예상하는) 한, 위에서 정의한 부동산가격의 거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설령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치더라도 다른 곳에도 그런 거품이 차고 넘치는데 왜 유독 부동산거품만을 놓고 국민이 아우성치고 정부가 손찌검하느냐고 시장주의자는 비난한다. 국민의 정서나 정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시장주의자는 투기가 대단히 좋은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예컨대 주가상승으로 인한 투기(투자)소득과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기(투자)소득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통경제학자들은 매우 오래 동안 부동산가격, 특히 지가는 다른 상품의 가격과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가격의 기능에 관해서 경제학자들이 무척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인센티브의 기능이다. 예를 들면, 임금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더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그리고 더 많이 일하게(즉, 노동공급을 증대시키는)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된다. 높은 양파가격은 양파의 공급을 증대시키는 인센티브가 된다. 주가도 그런 기능을 가진다. 성과를 많이 올린 우수한 기업의 주가는 올라간다. 주가가 올라가면 한편으로는 주식투자한 사람들이 투기소득을 올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투자한 돈이 우수한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생산 활동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국민경제에 기여한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주식투기소득은 국민경제에 기여한 대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 예컨대 지가라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전국토의 가격이 2배로 뛰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국토가 2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땅값이 20배 가까이 뛰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토면적은 눈곱만큼도 늘어나지 않았다. 땅값이 올라갈 때 국토면적도 늘어난다면 얼마나 좋은가? 대한민국의 땅값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국토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지가는 인센티브 기능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 바로 이 점을 정통경제학자들이 매우 오래 동안 주목해왔다.
토지소유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가는 소득이다. 그러나 지가의 전반적 상승으로 인한 소득은 국민경제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지불된 소득이다. 이런 점에서 지가상승으로 인한 거래차익은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한 거래차익과 다르다. 쉽게 말하면 지가상승으로 인한 소득은 굳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공연히 지불한 소득이다. 그래서 이런 성격의 소득을 경제학에서는 특별히 ‘지대’라고 부른다. 물론, 부동산가격이 모두 지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다른 상품과 달리 공급이 신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에는 지대가 많이 포함된다고 경제학 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다.
부동산 거품과 관련하여 시장주의자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또 다른 주장은, 거품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확실치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전혀 알 수 없는 판에 우리 정부는 마치 유령과 싸우듯 공연히 거품잡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물론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사실 일반인의 대다수도 거품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잡아달라고 국민이 정부에게 요구한다고는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순전히 돈 벌 목적 하나만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투기로 돈을 번 사람들의 무용담이 우리 주위에 무성하다.
실수요를 충족시키기에도 땅이나 주택이 빠듯한 실정에서 순전히 돈 벌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까지 챙기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타당한가를 일반 서민들은 심각하게 생각한다. 위의 화장품의 예에서, 비싼 가격에 매료되어서 화장품을 사려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희소한 자원을 대량 투입하면서 화장품공급을 늘리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타당한가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젓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보면 시장주의자는 시장 수요를 절대시한다. 시장수요는 각 개인의 욕망을 돈(지불용의액)으로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 시장주의자는 각 개인의 욕망을 절대시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욕망도 많다. 예를 들면, 마약에 대한 욕망이라든가, 매춘에 대한 욕망, 살상무기를 갖고 싶은 욕망 등. 따라서 이런 욕망으로부터 우러나온 수요도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순전히 돈벌 목적으로 땅과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욕망도 우리 사회에서 잘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욕망으로부터 나온 수요(흔히 말하는 가수요)를 억제하라는 일반 서민들의 요구가 빗발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의 핵심이 거품의 제거에 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부당하다고 간주되는 수요의 제거에 있다. 정부도 그런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각종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 정책이 나온다. 물론, 그런 정책들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서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펴면, 시장주의자는 이를 포퓨리즘이라고 비난한다. 시장주의자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은 신성시하면서 정치권에서 결정되는 것은 비하하기 일쑤다. 그러나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시장 또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제도이다. 정치권의 결정이 주로 투표를 통해서 이루어지듯이 시장에서의 결정 역시 투표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시장은 돈으로 투표하는 장소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치권에서는 주로 1인 1표의 평등원칙에 의거하여 투표권이 행사되는 반면, 시장에서는 재력에 비례해서 투표권이 행사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돈 많은 사람은 투표권을 많이 행사하고 돈을 적게 가진 사람은 투표권을 적게 행사하며, 돈이 없는 사람은 아예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ㅍ 보면, 시장은 철저하게 차별의 원칙에 의거한 의사결정 제도이다. 시장의 원리를 너무 신성시하는 태도는 재력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를 너무 높이 치켜세우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은 재력에 의한 차별의 원칙이 현저하게 발현되는 시장이다. 부동산시장이야 말로 상당한 재력을 갖지 않으면 감히 참여할 엄두도 못내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결정되는 사항은 주로 돈 많은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야 말로 ‘그들만의 리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일반 서민들은 제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많은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결정한 부동산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더라도 이 가격이 일반서민들에게도 무차별하게 적용된다. 일반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어렵게 목돈을 마련해서 부동산시장에 달려가 봐야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발길을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로 발생한다. 이런 경험을 한 일반서민들은 좌절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부동산시장은 엄청난 금전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사회문제가 된다.
터무니없이 높은 부동산가격은 시장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정책은 정치권에서 결정된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정책이 단순히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싸움이라기보다는 부동산시장에서 소외된 일반서민들의 목소리와 ‘그들만의 리그’를 나름대로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이정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jjrhee.net/trackback/27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