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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의 Blog
전국토의 그린벨트화/이정전(동아일보 1992.5.10)
글 모음 | 2008/08/03 02:35
동아일보 1992-05-10  
http://www.donga.com/fbin/dfview?n=9205100000079308

전국토의 그린벨트화/이정전(동아시론)
정부의 체육관계 부처가 경기도 미사리 일대의 44만여평에 이르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체육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보도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즈음 정부는 쓰레기 매립장을 그린벨트 안에 넣으려고 애를 쓰는 판에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미사리 일대에 쓰레기 매립장이 아닌 체육공원을 조성한다니 일견 그럴듯 하다. 그러나 우선 이 체육공원조성에 국내 유수의 기업이 개입되어 있다는게 심상치 않다. 장삿속으로 개발된 곳은 으레 환경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관계부처는 이미 이 사업에 대하여 환경영향평가까지 마쳤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별 악영향이 없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주장이라고 한다.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는 거의 요식행위로 전락한지 오래여서 그리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어떻든 요식행위를 거쳤으니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것 자체는 좋다고 치자.


그러나 문제는 보다근본적인데 있다.


○영향평가 허술


아직도 그린벨트 안에 살고있는 1백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이런 개발계획 보도를 보고 얼마나 분통을 터뜨릴지 정부는 한번쯤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돈있고힘있는 사람들은 그린벨트를 수십만평,수백만평씩 온갖 그럴싸한 명분을다 갖다대면서 훼손시켜도 좋고,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불어난 식구를위해서 방 한칸 넓히기 무섭게 단속반원들이 와서 때려부수는 이런 분통터질 일이 어찌 그린벨트의 경우뿐이겠는가.


사실 그동안 정부는 여러차례에 걸쳐 그린벨트 안에 체육시설을 설치하였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시설을 비롯해서 과천의 경마장 시설,체육대학,태릉선수촌,제주도 공설운동장,진해시의 국가대표급선수 전지훈련장,잔디축구장 등이 그 예다. 이이외에도 정부는 공익시설이란 명분아래 수 없이 여러차례 그린벨트를앞장서서 훼손시켜왔다. 형평성의 문제는 둘째치터라도 이런식의 파행적행정이 또한 그린벨트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매우 의심스럽게 만들어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심지어 토지관계 전문가들도 그린벨트는 과거여러차례에 걸쳐 부분적으로 해제되어 왔고 또 앞으로 이런식으로 나가다가 언젠가는 전면 해제될 것이라고 굳게 믿게되었다.


그러나 사실 그린벨트는 1971년 설치이래 한번도 부분적으로나마 해제된 적이 없다.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사실은 다르다. 이것이 그린벨트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착각이라면 착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착각을 갖게 만든 장본인이 그린벨트를 성역화 하여온 정부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그린벨트에 대한 두번째 착각은 그린벨트안의 땅 대부분이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산림지나 또는 녹지로 생각하고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린벨트안에 임야는 60%도 채 못된다. 그린벨트 안에는 대지도 있고 농경지도 있고 3천4백여개의 마을에 1백여만명이 살고있다. 그린벨트로 묶여서는 안될 땅이그린벨트로 묶여있음으로 인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있고 또한 토지가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는데 그린벨트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그린벨트에 대한 세번째 큰 착각은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그린벨트라는 이상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그린벨트가 필요없는 나라들이다. 왜냐하면 전 국토가 사실상 그린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독일같은 나라에서는 토지이용 규제가 너무나 엄격해서 심지어 자기집의색깔도 무슨 위원회의 허락을 얻어야 하고 어느 유명한 대학이 학교 땅안에서 정문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허가를 얻는데 몇년이 걸렸다고 들었다. 외국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면,세계에서 우리나라같이 땅과 환경을 자유스럽게 쓰는 나라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근본대책 필요


많은 사람들이 그린벨트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 심지어그린벨트 안에 사는 주민들도 그린벨트의 전면해제 보다는 규제의 완화를주장하기도 한다. 앞으로 국민소득이 점차 높아지면 국민들의 그린벨트에 대한 평가도 점차 높아갈 것은 틀림없다. 사실 영국에서는 그린벨트안의 땅값이 그린벨트 밖의 땅값 보다도 높다고 한다.

어떻든 우리국민이 그린벨트를 꼭 지키고 싶다면,앞으로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무슨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린벨트의골치아픈 문제도 해결하고 나아가서 우리나라 토지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은 아니라도 앞으로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전국토를 그린벨트로 묶어버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것이 남북통일을 대비해서 남과 북의 토지제도의 엄청난 마찰을 사전에 방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서울대 환경대학원교수>
2.  1998-02-24  환경 살려야 경제도 산다/이정전  
http://www.donga.com/fbin/dfview?n=9802240000043015

환경 살려야 경제도 산다/이정전(새 정부에 바란다:12·끝)

얼마 전 토론회에서 어느 시민단체의 한 환경운동가는 지난 10여년간 시민환경단체들이 투쟁해 왔던 환경문제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바람에 할 일이 없어졌다고 자조적인 말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 운동가는 70년대초 우리 경제를 강타했던 오일쇼크의 쓰디쓴 경험을 잊었던 것 같다. 그때에도 에너지절약이니 소비절약이니 긴축이니 하면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오일쇼크가 걷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국민 기업 정부가 모두 과소비 낭비과잉투자를 일삼았고 자만에 빠져들었다.

그때 우리가 일본처럼 오일쇼크의 교훈을 잘 살려 체질개선을 했더라면 아마도 오늘날 IMF구제금융을 받을 지경으로 우리 경제가 파탄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IMF조치이래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이 좀 줄어들고 폐기물재활용이 좀 늘었다고 해서 환경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한다거나 또는 지금은 경제문제가 급하니까 환경문제는 뒤로 미루자고 말한다면 그건 IMF조치가 왜 왔는지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다.


이제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우선 우리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고온 요인이 바로 우리 환경을 악화시킨 요인이며 따라서 경제를 살리는 길과 환경을 살리는 길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 바탕 위에 환경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많은사람들이 인정하듯이 근원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를 망가뜨린 주 요인은우리 사회에 만연한 ‘고비용 저효율’이며 이 뒤에는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이 깔려 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의 열기에 들떠 무엇이든지 부족하면 우선 공급을 늘려서 그 부족을 채우려는 사고방식에젖어왔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비싼 외화로 에너지를 사오기에 바빴고,물이 부족하다고 댐을 건설해 물대기에 급급했으며, 땅이 부족하다고 마구 땅을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에너지와 물그리고 토지 등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을 너무 등한시했다. 경제에 거품이 잔뜩 낄 수밖에 없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기에 바빴지 이 법과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고 준수하는 데에는 극히 소홀했다. 그러니 기초사회질서는 엉망이 되었으며 사회제도는 난맥을 이루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사회를 부실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환경도 망쳤다는 점을 새 정부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에너지의 낭비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며 동시에 고비용 저효율을 초래한 교통혼잡의 원인이면서 쓰레기오염의 원인이고 또한 지구환경보전을 명분으로한 국제사회 압력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고비용 저효율이 우리의 경제도 망치고 우리의 환경도 망쳤다면 고비용 저효율을 저비용 고효율로 바꾸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 경제도 살리고 우리 환경도 살리는근원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비용 저효율이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에 기인한다면 저비용 고효율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런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 대신에 자원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사고방식과 풍토, 즉 수요관리위주의 사고방식과 풍토를 우리 사회에시급히 정착시켜야 할 것이며 정부부터 공급위주의 사고방식을 과감히 떨어버리고 수요관리위주의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위주의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는 정부 산하단체의 대폭적인 통폐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있는 법과제도를 잘 가다듬고 활용하며 철저하게 집행하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 당분간 실업문제가 최대의 사회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과거 미국이 대공황을 맞았을 때 이것을 벗어나는 계기를 대규모 토목사업에서 찾았다. IMF시대에 실업흡수를 위한 정책사업은 최대한 노동집약적이어야 하고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며 가능하면 다목적 사업이어야 한다. 이런 요건들을 갖춘 IMF시대에 아주 적합한 실업흡수 정책사업은소위 ‘녹색댐’이라고 하는 산림가꾸기일 것이다. 녹색댐은 수자원을 함양하고 수질을 정화하며 깨끗한 공기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IMF조치보다 더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지구온난화의 국제압력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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